제가 섬기는 교회에 참으로 귀한 교인 한 분이 등록을 했습니다.
조명국이란 이름의 청년(22세)이 그 주인공인데, 그는 다리를 마음대로 쓸 수 없는 장애우였습니다.
평소에 뜻을 같이 하시는 여집사님들 몇 분이 우연히 그를 알게 되었고, 작년 장애자 올림픽에
참가하기로 예정된 그의 휠체어가 너무 낡았으므로 새 것을 마련해 주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새 휠체어를 선사 받은 그는 자신이 그것을 사용하는 대신, 펜싱에 출전하는 그의 친구
박태훈씨에게 고스란히 양보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가 보기에는 자신의 것보다 친구의 휠체어가 더 낡아 보였던 것입니다.
조명국씨로부터 뜻밖의 무기(새 휠체어)를 선사 받은 박태훈씨가 펜싱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였습니다.
조명국씨의 친구를 위한 ‘사랑의 포기’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우리를 한번 더 놀라게 합니다.
자신이 출전한 론볼링(잔디 위에서 하는 볼링) 종목에서 무난히 예선을 통과하여 결선에 오른
그는 자신의 또 다른 친구 역시 결선에 진출한 것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코치 선생님으로부터
같은 한국 선수끼리 경쟁을 벌이게 되면 불리할 테니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대승적 견지에서
포기할 것을 제의 받았습니다.
상대를 위하여 자신의 결선 진출을 흔쾌히 포기한 사람은 이번에도 조명국씨였고, 그의 친구는
당당히 은메달을 땄습니다.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가 자기의 노력으로 얻은 결선 진출을 포기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것은 메달을 받게 될 경우 평생토록 지급 받을 수 있는 연금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상인과 달리 장애자는 생활대책이 막연하므로 올림픽 메달에 대한 집념이 더욱 강한 것이
당연지사입니다. 메달 획득, 그것은 평생토록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는 가장 확실한 보장책인 것입니다.
조명국씨는 바로 그것을 미련 없이 포기했습니다.
친구를 위한 사랑. 이유는 그것뿐이었습니다.
새 교우 환영 시간에 조명국씨를 인도한 집사님께서 그의 덕담을 교인들에게 소개했습니다.
이윽고 마이크 앞에서 인사말을 하게 되었을 때, 얼굴이 빨갛게 상기된 그는 오직 한마디만을
했을 따름입니다.
“사람이 할 도리를 했을 뿐인데요….”
그 순간 그의 말은 긴 여운을 끌며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었습니다.
“재철아! 너는 사람이 할 도리를 다 하고 있니?”
(이재철 목사)
– 지금은 은퇴한 이재철 목사님께서 주님의 교회를 섬길 때 있었던 이야기 입니다.